고창 도솔산 자락에 뿌리내린 선운사 지장보살님, 서울 한복판에 오시다

- 4월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선운사 특별전 개최
- 국보·보물 포함 81건 157점 — 창건 이래 처음으로 삼지장보살이 한자리에


전북 고창 도솔산 자락에 천사백여 년을 뿌리내린 선운사의 성보들이 서울로 온다. 4월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2026년 불교중앙박물관 선운사 특별전 — 도솔산 선운사, 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가 그 자리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주최하고,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과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 스님)가 함께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국보 1건, 보물 11건을 포함해 총 81건 157점의 성보가 한자리에 모인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이래 전북 불교 수행과 신앙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해 왔다. 그 긴 세월 동안 본사와 말사, 암자에 차곡차곡 쌓인 불교문화유산은 전북 지역 불교 미술의 흐름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특별전은 선운사가 품어온 그 유산을 처음으로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선운사 본·말사는 물론, 송광사·용문사·불암사·동국대 박물관과 도서관·호림박물관·아모레퍼시픽·불교천태박물관·운허기념박물관 등 여러 사찰과 기관이 소장한 관련 성보까지 함께 선보여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창건 이래 처음으로, 삼지장보살이 한자리에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선운사 삼지장보살상이 사찰 창건 이래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이다. 도솔암 내원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참당암 지장전 석조지장보살좌상,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 세 존상 모두 보물로 지정된 귀한 성보들이다. 80~97cm에 이르는 독존(獨尊) 형식으로 봉안된 이 지장상들은 조선시대 불교 조각사에서 극히 드문 사례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각기 다른 도량에서 중생을 살피던 세 지장보살이 서울 도심 박물관 공간에서 나란히 마주하는 것은, 불교중앙박물관의 표현대로 "지극히 소중한 인연이자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조성된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고려 후기 조각 양식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으며, 이후 삼지장은 공통된 도상(圖像)의 틀 위에서 시대마다 새로운 조형적 변화를 더해왔다. 세 존상을 나란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지장신앙과 불교 조각사의 긴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도난당하고, 꿈에 나타나고, 다시 돌아온 지장보살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이 불상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는 수난을 겪었다. 그런데 불상을 소장한 도난범들이 이후 원인 모를 불운에 시달렸고, 급기야 지장보살이 꿈에 나타나 꾸짖었다는 기록까지 전해진다. 결국 절도범들은 범행 2년 만인 1938년 경찰에 자수하며 불상의 행방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에 선운사 스님들이 직접 일본 히로시마까지 건너가 지장보살님을 다시 모셔 올 수 있었다. 문화재 환수의 역사에서도 기념비적으로 기록되는 이 사건은, 선운사 지장신앙의 깊이와 영험함을 증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선운사적

선운사중신기

7개 공간으로 펼쳐지는 선운사의 세계

전시는 선운사 본·말사 전체를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도입부를 시작으로 총 7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앞서 소개한 삼지장보살이 맞이한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선운사적'과 '선운사중신기' 등 사지(寺誌)를 통해 창건과 역사적 전개를 짚는다. 세 번째 공간은 선운사 불교문화의 핵심 성보들 — '대웅보전 신중도', '천불도',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복장유물', '목조십육나한상' 등이 전시돼 전란의 상처를 딛고 화려하게 꽃피운 선운사 불교 예술의 저력을 보여준다.

네 번째 공간에서는 선운사를 빛낸 선지식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조선 후기 선(禪) 논쟁의 중심이었던 백파 긍선 스님과 근대 불교의 학문적 토대를 닦은 석전영호 스님의 문화유산이 이 공간의 핵심이다. 초의선사 진영, 석전스님 친필 행서 병풍, 부용당 진영 등이 함께 전시돼 선운사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게 한다.

다섯 번째 공간은 지장신앙의 전개에 주목한다. 지장삼부경의 가르침을 축으로, '감지은니 미륵삼부경',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 '점찰선악업보경', '지장보살본원경' 등 관련 성보를 통해 신앙이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살핀다. 여섯 번째 공간 '색으로 쓴 경전, 깨달음의 형상'에서는 도솔암·동운암·석상암과 개암사·동국사 등 말사와 암자의 불화·불상이 한데 어우러져 깨달음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마지막 일곱 번째 공간 '범음과 문자로 법을 전하다'에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백미가 기다린다. 국보로 지정된 내소사 동종과 보물 '월인석보 권15', '백지묵서묘법연화경(사경보·포갑)'이 범음(梵音)과 문자 기록이 불법을 어떻게 전파해왔는지를 묵직하게 증언한다.

과거의 성보에서 오늘의 위로로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이 자리는 단순히 유물을 감상하는 시간이 아닐 것이다. 지옥 중생까지 끝까지 구원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의 자비심, 그리고 그 신앙을 천 년 넘게 지켜온 선운사의 이야기는 고단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개막식 : 2026년 4월 21일(화) 오후 2시, 한국전통문화공연장
전시 기간 : 2026년 4월 22일(수) ~ 7월 31일(금)
전시 장소 :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5,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1층)
관람 문의 : 02-2011-1966 / museum.buddhis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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