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이해하는 업(業) 『업이란 무엇인가』

4월 화요열린강좌


히라오카 사토시 지음, 법장 옮김, 도서출판 운주사 刊

최기 인도불교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인 시각에서 본 업사상 입문서

『업이란 무엇인가』는 ‘업(業, karma)’을 대상으로 삼아 초기 인도불교에 주목하여 그 발전 과정을 ‘역사적’인 시각에서 검토하는 업사상에 관한 입문서이다. 저자는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이고, 업은 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사상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초기 인도불교와 업사상을 다룬다. 이 책은 업을 불교 교리의 측면에서만 다루지 않고 고대 인도사상과 종교 속에서 어떻게 형성‧전개‧발전되었는지를 사상사적인 측면으로 확장해서 추적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저자는 업이 ‘행위의 결과’로 단순화되어 이해되는 것을 경계하며, 업을 행위‧의도‧도덕적 책임을 연결하는 사유 체계로 파악한다. 또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업사상의 관점에서 조명함로써 그 현재적 의의도 제시한다. 윤회사상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는데 업이 원인(행위)이고 윤회(輪迴)는 결과가 작동하는 시‧공간의 구조라고 할 때, 업과 윤회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업사상, 특히 업보윤회사상은 지성‧이성이 낳은 합리적 신화”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업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먼저 ‘지(地)’로서의 인도사상과 종교의 업사상을 살펴보고, ‘역(域)’으로서의 불교의 업사상을 검토하는 구조를 취한다. 이는 이 책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데, 이 책이 ‘학(學)’의 측면에서 ‘업’을 다루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학’은 가치관을 부여하는 신앙 체계로서의 불교가 아니다. ‘불교학’의 입장에서 업사상과 윤회사상을 다루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교학은 어디까지나 인류사 속에 등장한 불교라는 문화현상의 모든 모습을 역사적으로 규정하는 것뿐이지, 그것에 ‘선/악’, ‘옳고/그름’의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발생 기반(地)으로서 인도사상과 종교를 먼저 개괄하고, 그 위에서 하나의 독자적 사상 영역(域)으로 형성‧발전된 불교학으로서의 업사상을 궁구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윤회의 주제는 실제로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논증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인도에서는 무엇이 윤회한다고 생각했는가”를 역사적으로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서술함으로써 이 책의 지향점을 보다 분명히 한다. 이러한 시각은 불교가 객관(보편)적 진리의 규명 그 자체를 목적에 두지 않는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고, 불교에 대한 신앙의 유무로 이 책의 독자로 상정하지 않는 특징도 지닌다.

불교는 인간의 삶, 나아가 모든 것들의 유기적 관계를 ‘업’으로 설명

저자는 불교에서 ‘업’이 중요한 테마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노력(정진)’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불교는 신의 존재(의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신과의 관계에서 설명하지 않고, 숙명론이나 부정론 등을 배척한다. 불교는 인간의 업에서 그 설명을 구하고 있는데, 업이 세상을 만들고, 업이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인간의 삶, 나아가 모든 것들의 유기적 관계를 ‘업’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 그런 측면에서 역자가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의 ‘악업’만 떠올리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바라는 세속적 성공을 이루어 주는 ‘선업’도 업”이라고 ‘업의 양면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업에 대한 바른 이해를 요청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행위’가 갖는 위상과 그 의미를 가늠하게 해준다.

4월 <화요열린강좌>에서는 업이란 무엇인가의 번역자인 법장 스님을 초청해 불교에서의 ‘업’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나아가 ‘업’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김선우 / 화요열린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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