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불자 육성이
진정한 불사이며 현대적 방생
- 대학생 불교학생회의 창립과 운영의 모델을 만들다
김용진
경상국립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
포교원 스님 가르침 통해 대학 불교학생회 창립의 밑거름 배워
요즘은 사찰에 가면 노(老) 보살님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불자들은 적어 불교 포교의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 보살님들의 깊은 신심과 기도의 정성이 자녀와 손자들에게 은연중에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서 매일 아침, 부엌에 물을 떠놓고 『천수경』과 『화엄경 약찬게』를 암송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불교와 접하면서 자랐다.
교사 시절, 선배 선생님을 따라 서울교대역 근처 서초상가에 있던 강남포교원에 다녔다. 건물 2층을 세내어 포교 활동을 하시던 ‘성열’ 스님께서 일요일마다 『아함경』 법문을 현시대의 일상생활과 연계해 설하셨다. 스님께서는 매월 적은 금액이지만 규칙적으로 장학금을 보시하도록 권선하셨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해 젊은 불자를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불사이며 방생”이라고 강조하셨다. 스님의 가르침은 내가 우리 대학에 불교학생회를 창립하고 운영해 전국적으로 불교학생회 창립이 확산되도록 기초 모델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
충북교수불자회 총무로서 사찰 순례 다닐 때
대학생 불교학생회 운영 힘들다는 이야기 들어
나는 청주의 서원대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충북교수불자회 총무로서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로 사찰 순례를 다녔다. 2003년경 겨울, 충주 석종사의 ‘혜국’ 스님을 친견하러 갔다가 우연히 대학생불교연합회 회장단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전국적으로 대학생 불교학생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운영이 힘들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생각을 했었다. 훗날 진주의 경상국립대학교로 옮긴 뒤 우리 대학의 교수불자회 총무를 거쳐 회장을 맡으면서 주변의 여러 스님들과도 인연을 쌓아갔다.
부처님 법 전하는 실천행이 수행이라 여겨 불교동아리 창립 포교
개인적 수행으로 날마다 새벽에는 집 근처의 사찰에서 『금강경』을 독송하고 참선을 했다. 어느 날, 참선 중에 몸이 가벼워지고 청쾌한 기운이 느껴지며 감사와 행복감이 충만해졌다. 불현듯,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을 때 작게라도 세상에 복된 일을 해야 한다는 성찰이 일어났다. 개인적 수행의 참선도 중요하지만, 부처님 법(진리)을 전하는 실천행을 하는 것이 참다운 수행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불교 지식과 수행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포교 방법을 생각했다. 매일 아침, 인연 있는 스님들의 사찰 ‘밴드’에 불교 교리와 경전의 글을 올리고, 부처님 말씀의 글·그림 카드를 만들어 지인 불자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 글·그림을 받는 분들이 오늘도 건강하게 지혜롭고 자비로운 생활을 하소서~’ 기도하며 보내고 있다.
‘연화’라는 이름으로 경상대학교 불교학생회 재창립 이후
타 대학 불교동아리 재창립 도와
나아가 내가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진주 지역은 성철 스님, 청담 스님, 진제 스님과 같은 훌륭한 고승들이 출현한 곳이다. 교수불자회도 존폐의 위기에 있었지만, 1967년에 처음 창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소멸된 불교동아리를 재창립하는 것이 불자 교수로서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타 지역 출신이므로 주변에 지인도 적고, 오랫동안 기존 교수들이나 스님들조차 실패했던 불교동아리 재창립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사범대학 학장의 보직 수행을 하고 있던 2022년 봄에, 뵌 적이 없었던 진주 약사정사의 진여 스님께서 저녁 늦게 학장실로 찾아와 장학금 300만 원을 기부하셨다. 나는 6명의 사범대학 학생들에게 50만 원씩을 전달하면서 불교학생회 창립을 제안했고, 3명의 동참 학생을 중심으로 동아리 요건인 15명을 모았다. 이로써 2010년경에 소멸되었던 경상대학교 불교학생회는 2022년 8월 22일(월)에 ‘연화’라는 이름으로 재창립되었다. 주변 스님들께 인사를 다니며 들어보니, 불교동아리가 쇠퇴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보통의 동아리처럼 지도교수가 이름만 빌려주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동아리 창립도 어려웠지만 이후 운영을 이끄는 데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과 참여 부족, 운영비와 장학금 지급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고충과 주변의 질투, 다른 종교 동아리들의 반대로 대학의 정식 동아리 등록이 2년이나 지연되는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불교동아리 창립과 운영이 겉보기와 다르게 얼마나 힘든지 뼈저린 아픔을 느끼면서 노하우를 축적해갔다.
오랫동안 전국적으로 불교동아리가 소멸되어왔고,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교동아리가 재창립되니 불교 관련 언론들에서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홍보해주었다. 서울의 BTN <지대방> 345회차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자현·광우 스님의 끝판 맛수다> 11회와 12회차에도 출연해 방영되었다. 이를 계기로, 다음 해 봄에 대학생 전법 운동을 기치로 내건 ‘상월결사’의 요청으로, 수백 명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불교동아리 창립 방안과 사례들을 강연하게 되었다. 불교동아리 창립과 활동을 위한 모델을 우리 대학이 일차적으로 개발한 셈이었다. 이후 경남대학교와 진주보건대학교의 불교동아리도 재창립하도록 직접 이끌고 도와주었다.
불교 소양 함양, 자비행 실천, 명상 수행으로
진리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게 대학생 포교의 방향
지금은 전국의 모든 대학으로 불교동아리 창립이 확산되고 있으며, 대한불교진흥원의 학생 장학금과 동아리 지원금을 비롯해 상월결사의 동아리 후원도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불교동아리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하고, 후원금과 장학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지되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동아리의 활동 후원과 장학금 수여에 있어서 지도교수들과 협의해 좀 더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도 단순한 맛보기식 불교문화 체험, 호기심 위주의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이다. 그동안 워낙 대학생 포교가 정체되어왔기에 그러한 체험이 미래에 참된 불자가 될 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불교의 기본 공부를 통해 불교 소양을 함양하고, 봉사 활동을 통해 자비행을 실천하며, 명상 수행을 통해 진리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대학생 포교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부처님 법(진리)을 올바르게 포교하는 것은 큰 깨달음에 이르렀건 이르지 못했건 불교를 먼저 접한 모든 불자들이 노력해야 할 의무이다. 승속(僧俗)이 힘을 합쳐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이 지혜롭게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진|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에서의 중등교사, 청주 서원대 교수를 거쳐 현재 경상국립대 생물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 대학 사범대학 학장을 지냈다. 『나를 찾아가는 불교 이야기』, 『승속이 함께하는 불교 이야기』, 『생명과학교육론』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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