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 생활 속에서 쉽게 하는 방법 있다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뇌 건강법

박병운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뇌 과학 전공 교수


1. 새로운 경험으로 시냅스 발달시키기
신생아의 뇌 무게는 일반적으로 400~500g 정도이고,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3kg 정도이다. 몸무게에 대한 뇌 무게의 비율이 1/9 정도된다. 성인의 뇌 무게는 남자가 1.4kg이고, 여자는 1.3kg 정도된다. 성인의 몸무게를 남자가 65kg, 여자가 50kg이라고 했을 때 뇌 무게의 비율은 1/40~1/45 정도된다. 신생아에 비해 아주 낮은 비율이다. 그만큼 몸이 크게 성장하고 뇌는 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몸무게 대비 뇌 무게의 비율이 지구상 모든 동물 중 가장 크다. 뇌 무게는 성인이 신생아에 비해 3배 정도 무겁다. 몸은 근육과 뼈가 크게 성장하는 것이지만 뇌는 무엇이 성장해 이렇게 무거워지는 것일까?

뇌를 구성하는 세포에는 우리가 흔히 신경세포라고 부르는 뉴런과 뉴런을 보조해주는 글리아라는 세포가 있다. 뇌 속에서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있고 이 뉴런보다 10배 많은 글리아세포가 있다. 그리고 뉴런들은 축삭과 수상돌기를 뻗어 서로 시냅스를 형성해 연결하고 있다. 이 시냅스의 개수는 대략 100조 개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뉴런은 신생아일 때 가장 많다. 이렇게 많은 뉴런들은 성장하면서 꼭 필요한 뉴런들만 남고 불필요한 뉴런들은 죽어서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뇌 무게가 3배로 증가하는 원인은 뉴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시냅스의 개수 증가가 주된 원인이 된다.

뉴런 한 개가 최소 1,000개에서 수십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냅스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자극이 주어져야 한다. 새로운 자극이 주어지면 그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기존의 시냅스가 강화된다. 항상 같은 자극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고 기존의 시냅스만 강화될 뿐이다. 그러면 늘 사용하는 부분만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퇴보하게 되어 뇌가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발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하면서 특히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더라도 새로운 지식 탐구와 경험, 도전, 운동, 취미생활 등은 새로운 시냅스 형성을 촉진해 뇌를 건강하게 한다.

2. 호흡 조절로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해야
이렇게 많은 뇌세포와 시냅스가 있는 뇌는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조직들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활동하도록 조정해 생명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리고 감각, 운동, 감정, 언어, 생각, 판단, 논리, 창조, 예술 등 모든 정신활동과 운동, 감정, 감각 등을 조정한다. 따라서 몸무게의 1/40도 안 되지만 우리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1/5을 소비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뇌의 주된 에너지원은 산소와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우리가 매일 먹는 쌀에 있는 탄수화물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아침 식사로 밥을 먹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을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산소는 호흡하면서 흡입되는 것이지만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공해로 인해 단위 체적당 산소량이 시골에 비해 적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1분에 15~18회 호흡한다. 15회 호흡한다고 가정한다면 한 호흡의 길이는 불과 4초밖에 되지 않는다. 이 4초 중에서 산소를 흡입하는 시간은 불과 1~1.5초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짧게 흡입하기 때문에 허파꽈리가 충분히 팽창하지 않아 모세혈관에서 산소의 흡수가 충분히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유산소 운동이 중요한 것은 근육의 지방을 태워서 살을 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호흡을 하게 해서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나 달리기, 걷기 등을 하는 것은 뇌 건강에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운동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보다 간단하게 산소 흡입량을 늘려서 뇌와 몸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가 평소 하는 호흡의 길이를 2배가량 늘리는 것이다. 들이쉬는 길이를 3초로 늘리고 내쉬는 길이도 3초로 늘린다. 그러면 1분에 10번 호흡하는 것이다. 숨은 반드시 코로 쉬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있는 힘을 다해서 가득 들이마시고 완전히 내뱉으라는 것은 아니다. 평소처럼 편안하게 무리 없이 천천히 3초 들이쉬고 편안히 3초 내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소보다 산소 흡입량이 단순히 2배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허파꽈리가 팽창해 모세혈관에서 산소 흡입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이상의 효과가 있게 된다. 그러면 피도 맑아지고 뇌에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 뇌가 맑고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호흡법은 조식법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해오던 호흡 명상법이다. 이것을 오래 하다 보면 숨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의식의 깊이도 깊어져서 아주 깊이 명상할 수 있게 된다.

3. 손과 얼굴 마사지로 뇌 건강과 발달을
1930년대 캐나다 신경외과 의사인 펜필드는 뇌수술을 하면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자 환자들의 특정 부위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자극하면서 뇌와 인체의 일대일 대응점들을 찾기 시작해 마침내 펜필드지도라는 것을 완성했다. 펜필드지도는 대뇌피질에서 운동을 담당하는 운동피질과 피부 감각을 담당하는 감각피질에서 인체와 일대일 대응점들을 찾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손과 얼굴과 연결되어 있는 피질 영역이 전체의 2/3가량이나 된다. 그만큼 많은 뉴런들이 손과 얼굴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로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고 복잡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많은 뉴런이 손과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손과 얼굴을 잘 사용하고 잘 관리하면 뇌 발달이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도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어린아이에게 가르쳤던 ‘도리도리 짝짝꿍’, ‘곤지곤지 잼잼’ 같은 놀이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얼굴과 손을 자극하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피곤할 때 손을 비비면서 마사지를 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세혈관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손과 연결되어 있는 신경을 자극해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같이 손과 얼굴을 마사지하면 뇌 건강과 발달에 도움이 된다.

4. 반복 학습으로 뇌 효율 높이기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눈을 감고도 심지어는 핸들을 안 잡고도 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작업을 처음 할 때는 뇌의 많은 부위들이 참여해 함께 작업한다. 그래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힘들어한다. 그 작업이 익숙해지면 뇌는 반드시 필요한 부위만 사용하고 처음 작업에 참여했던 나머지 부위들은 관여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뇌는 새로운 것을 익히기 위해 상당히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새로운 작업이나 경험 지식을 처음에 최대한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많은 뇌 영역들이 참여해 효율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어 우리는 힘들어한다. 같은 작업을 반복해 계속하면 그 작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뇌 부위만 강화되면서 시냅스 공고화 과정을 거쳐 특정 부분이 활동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참여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반복 학습이 우리 뇌의 작업 효율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반복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 습득은 사실 어렵다는 것이다. 반복 학습으로 우리 것이 된다는 것은 결국 뇌에서 특정 회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다양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해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복 학습이 특정 신경회로를 공고히 발달시켜 뇌의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 뇌 특성을 이용해 뇌를 젊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과 지식 습득을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학습 효율 높이기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서 음악을 감상할 때 뇌의 후두엽에 있는 시각피질은 오케스트라 영상을 처리하고 측두엽에 있는 청각피질은 음악을 처리한다. 집에 돌아와서 연주회에서 들었던 음악을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보면 오케스트라의 영상이 떠오르고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상상만으로도 뇌는 마치 실제로 보고 듣는 것처럼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발달시킨 방법이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이미지 학습법이다. 운동선수들이 실제로 운동을 해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눈을 감고 이미지로 운동하는 과정을 세밀히 상상하면서 트레이닝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뇌가 실제로 운동하는 것과 같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공부에도 이러한 이미지 학습법을 활용할 수 있다. 방금 전 수업에서 선생님이 강의한 내용을 쉬는 시간에 눈을 감고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의 모습, 강의 내용 등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마치 수업을 두 번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그만큼 학습 효과가 올라가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뇌의 특징을 이해하면 우리는 보다 효율적으로 뇌를 건강하게 발달시키고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뇌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면에 있는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상으로 뇌 특성에 맞춰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을 뇌 과학적 측면에서 설명해보았다.

박병운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물리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정신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뇌 과학 전공 교수와 동 대학교 부총장 겸 총장직무대행으로 재직하면서 한국정신과학연구소 소장과 한국뇌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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