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업(三業)을
다스려야
두통을 치유한다
구병수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현대인은 사회적인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증가로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두통을 한 번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감기에 걸렸을 때 머리가 욱신거린다든가,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열이 나는 증상은 누구든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지끈거린다’, ‘골이 아프다’, ‘띵하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등등 증상도 다양하다.
부처님께서도 두통을 앓은 적이 있었는데, 『증일아함경』에서는 전생 과보의 인연으로, “지금 머리를 돌로 치는 것 같고 수미산을 인 것 같은 두통을 앓고 있는 것은, 전생에 언덕에 죽어있는 물고기를 보고 웃었기 때문”이라 말씀하셨고,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단속하라”고 하셨다. 이 구절을 보면, 두통의 예방과 치료법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두통은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일반적으로 일컫는 용어는 본래 누르다는 의미를 지닌다. 흔히 기(氣) 울체, 화병, 열 받는다, 피가 조린다, 입에 단내가 난다, 울화통이 터진다 등의 모든 원인은 우리의 몸으로 인한 것, 말로 인해서 파생되는 일, 잘못된 판단과 생각으로 발생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 업을 잘 다스리는 것이 두통의 가장 근원적인 치료법임을 알 수 있다. 또 부처님 당시 명의인 지바카가 처음으로 치료한 경우로 7년 동안 고질적인 두통을 앓은 장자 부인에게 버터를 코로 주입해 입으로 나오게 해서 완치한 임상 의안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방법은 현재에도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베다(Ayurveda)에 그대로 전승되어, 한의학에도 스며들어온 것이 여러 문헌에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의안을 오늘날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 관점에서 보면 통증은 실(實)과 허(虛) 두 가지로 나눈다.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不通則痛)”는 통증은 기와 혈이 막혀서 흐르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비단 이런 경우뿐만 아니라 기와 혈이 부족해도 자주 발생하며 만성 통증으로 자리 잡으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기억력 저하로 일상생활의 능률이 급속히 떨어져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두통의 원인은 풍, 습, 한, 열, 담, 식울, 기허, 혈허 등으로 분류해 치료한다.
임상적으로는 열, 습, 담, 식울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진통제를 사용해도 약효에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 열로 인한 두통은 열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난다. 습으로 인한 통증은 머리가 무거워 들 수 없으며 날씨가 흐리고 음침하면 더욱 심해진다.
임상적으로 한의원에 가장 많이 내원하는 담궐 두통은 담이 많은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머리가 아프면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리고 가래가 많이 나오며 몸이 무겁고, 특히 안구가 빠질듯한 동통이 생기거나 쉽게 드러눕는다. 이 담궐 두통은 허증으로 인한 두통의 대표적인 경우로 한방 치료로 매우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식울 두통은 변비, 소화불량, 장위의 적체 등으로 혼탁한 기운이 위로 올라와 두통을 유발하며, 배가 팽팽해지고 식욕이 감퇴하고 신물이 오르며 과식하면 두통이 심해진다. 기가 허해서 오는 두통은 오전에는 증상이 약하고 오후에 심해지며 과로하면 더욱 심해지고 피로, 권태, 식욕부진을 동반한다.
이 밖에도 어혈 두통과 두풍증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요즘 흔히 교통사고로 인한 두통은 대부분 어혈로 인한 두통으로 보아야 한다. 딱히 출혈도 없고 타박상이 없더라도 외부 충격으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며 고생하는 환자분이 많다. 이분들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하소연도 못하고 마음고생이 심한 것을 진료 상담으로 많이 보아왔다. 이와 같은 어혈 두통 증상에는 한약 중에 막걸리로 약을 달이는 가미화어전이라는 약이 명약이다.
두풍증은 머리털에 약간 스치기만 해도 두통이 아주 심한 증상이다. 이때 두침이나 사혈로 기를 원활하게 해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두통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먼저 두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데, 만성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은 두통의 증상만으로는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기 어려우므로 특정 뇌질환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발열, 구토, 경련, 의식 소실을 동반하거나 평소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지속될 때에는 종합적인 검사와 정밀 진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두통은 정밀 검사를 시행해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것을 ‘일차성 두통’이라고 하며 여기에는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발성 두통 등이 포함된다. 편두통은 머리에 맥박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맥박성 통증이 나타난다. 주로 한쪽에서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름대로 반드시 한쪽에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통증이 발생하기 전후에 멀미하듯이 울렁거리는 오심이나 구토 증상이 동반되고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더욱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나빠지며 밝은 빛이나 시끄러운 소리에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편두통 환자들은 병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치료를 등한시해 일차성 두통이 대부분 만성적 두통으로 발전한다. 또는 진통제를 복용해 임시방편으로 통증을 다스리며 수년 이상 지속적인 통증을 앓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진통제 남용 등으로 인한 약물과용 두통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강조하건대 두통은 인체에 주는 경고 반응으로 보아서 환자 본인이 잘 대처해야 한다. 만약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면 몸의 자율 조절 시스템에 이상이 와서 중풍, 만성 두통, 불면, 치매로 이행될 수 있다.
두통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본인이 즐겨 먹는 음식물과 식생활 습관을 점검해보아야 한다. 특히 식사를 거르지 말고, 두통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위와 장은 제2의 뇌로 위장, 장의 기능이 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뇌-장 축(brain-gut axis)’ 이론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체질에 따라 그에 맞는 음식이 있으니 나이가 들수록 본인에게 맞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을 해야 한다.
둘째, 욕심(貪), 화(瞋), 어리석음(癡)을 다스려야 한다. 이를 잘 관리해 신·구·업으로 야기되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시로 정좌하고 자기를 살피면서 지혜를 얻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진통제를 남용하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사용한 경우라도 시일을 두고 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한방 침과 뜸, 한약 복용 등 체질에 맞는 근본적인 치료를 선행해 두통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구병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한방신경정신과) 및 박사(한방 내과) 과정을 졸업했다(한의학 박사). 동국대일산한방병원 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국대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에 『유문사친』, 『의학심리학』, 『전간치료영험방』, 『중서의학결합 정신병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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