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의 운동 효과와
뇌에 미치는 영향
김영보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불교에서 108배(拜) 동작은 기본적으로 절 형태이며, 다만 합장을 동반하며 엎드릴 때는 머리를 바닥에 대며 뭔가를 받들 듯이 손바닥을 하늘 위로 가게 하는 대단히 공손한 동작이다. 또 108배는 한 번 또는 두 번 하는 절에 비해 횟수가 많으며 동작에 호흡법도 포함된다. 불교에서는 6기관의 6감각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발생하게 될 근본 번뇌로 108번뇌를 말하고 있고, 이 108배를 하는 것의 취지는 108번뇌의 소멸과 관련이 있다. 이 글에서는 108배에 따른 불교의 영적 효과 같은 것이 아닌 108배의 운동 효과와 그에 따른 뇌의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절은 특별한 장비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걷기만큼이나 안전하고 간단해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으로 삼기에 적합하다. 108배 동작은 온몸 근육의 움직임을 동반하는 전신운동인 동시에 땀이 날지언정 숨이 가쁘지는 않은 전형적인 유산소운동이다. 운동은 물론 몸을 건강하게 하지만 몸만큼이나 뇌도 건강하게 한다. 1.5kg도 되지 않는 뇌는 전체 체중의 2%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몸 전체에 공급되는 혈류량의 20%, 그리고 산소량의 25%가 유입되는 엄청나게 집약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는 신체 부위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뇌에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순환이나 에너지 대사가 촉진되는데 이는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도 증가시켜서 뇌에 에너지 공급을 원활히 해 신경세포들의 활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림 1>은 장기적인 운동 전후 뇌에 혈액과 산소를 운반하는 혈관을 MRI를 통해 영상화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운동 후 혈관이 (원으로 표시된 부분) 좀 더 발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버드대학교 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는 책 『Spark』(번역본 : 『운동화 신은 뇌』)를 통해서 장기적인 운동은 BDNF라는 신경세포 성장인자의 수치를 개선시켜서 신경세포의 생존력을 높이고 시냅스의 분화도 촉진해 인지력을 향상시키고 특히 고령자의 뇌의 노화를 억제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신자들에게 분명 108배는 운동 그 이상을 의미한다. 신자들에게 108배는 몸동작과 함께 번뇌나 잡념들과 싸우는 정신 수양적인 면이 포함된다. 이런 단조로운 움직임을 동반한 마음 비움 과정은 마음을 신체에 집중하게 해 정신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오체투지』의 저자이자 매일 1,000배를 한다는 한경혜 씨는 108배가 단전을 트이게 하며 단전이 트여야 제대로 된 집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비로소 화두를 잡을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림 2>는 수년간 절을 꾸준히 한 사람이 주의집중 과제를 수행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108배 전후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기법을 통해 영상화한 것이다. 그림에서 얼룩진 것 같이 보이는 부위가 활성화된 뇌 부위다. 전후 모두에 활성화가 관찰되는 후두엽은 시각 피질 영역으로 시각적 화면으로 전달되는 지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뇌 영역으로 주의집중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보고자 하는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전두엽 영역으로 흰 원 부분으로 표시된 부분이며 108배 이후 더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실험에서 같은 종류의 자극을 8명을 대상으로 해본 결과 뇌 활성화 영역에서는 일관성이 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집중 과제 수행 시 정확도나 반응시간은 전반적으로 108배 이후가 더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108배를 통해 예상되는 특별한 정신적인 효과는 집중력 향상과 함께 스트레스 경감이다. 108배가 기본적으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번뇌나 고민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신체 움직임을 동반하는 이러한 해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걱정이나 근심들을 비우는 과정은 마음을 평안하고 건전하게 하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필자조차도 지금까지 108배를 한 번밖에 해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108배와 관련된 문헌이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108배의 육체적-정신적인 효과를 설명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운 감이 있다. 다만, 종교를 떠나서 108배는 훌륭한 전신 유산소운동인 동시에 뇌를 건강하게 하는 정신수양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참조
Hippocampal BDNF mediates the efficacy of exercise on synaptic plasticity and cognition -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2004, Fernando(UCLA)
Spark - John J. Ratey 『운동화 신은 뇌』
SBS 스페셜(0.5평의 기적-100번 절하라)
MBC(뇌를 깨우는 101가지 비밀(운동))
오체투지 - 한경혜
김영보
한양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뇌과학연구소와 신경외과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캠퍼스(UC Irvine)의 조장희 박사 연구실에서 연구했고, 그 인연으로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소(NRI) 설립에 참여했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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