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불교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 소설은 깨달음의 길이 결코 특별한 영웅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두려움에 흔들리고, 집착에 넘어지면서도 끝내 방향을 놓지 않는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수행의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재난은 우리를 좌절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임을『서유기』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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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진건(동방문화대학원대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
감응 (感應)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쓰는 ‘감응(感應)’이라는 말이 있다. (1)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이는 것, (2) 믿거나 비는 정성이 신령에게 통하는 것, (3)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에 있는 물체가 전기·방사선·빛·열 등의 영향을 받아 전기나 자기를 띠거나 작동하는 것이 그 뜻들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첫 번째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오히려 기술 분야에서도 감응이라는 단어가 매우 많이 쓰인다.
원래 감응은 중생과 부처님의 상호작용의 맥락인데, 중생 측에서 ‘느낌(감)’의 기연(機緣)이 있고, 부처님 또는 보살 …
공은 허무가 아닌 연기법의 다른 이름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공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아주 가끔 연구실로 ‘재야 불교 도사님’들의 항의성(?)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다. 말씀인즉,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공(空)이고, 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말로 하면 이미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상에 떠도는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을 자꾸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건 불도에 대한 오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 공부를 다시 하라는 격려도 잊지 않으신다. 우리나라의 불교 역사가 1,500년이 넘기 때문에 한국인의 …
나는 무엇인가, 회광반조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나는 무엇인가, 회광반조해보라
무언가를 볼 때 보자마자 그 보이는 대상에 끌려다니고,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별하면서, 보이는 대상에게 온통 관심이 쏠리게 된다. 좋아 보이는 것은 집착해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싫게 느껴지는 것은 거부하며 멀리하려고 애쓴다.인생이란, 좋은 것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또 싫은 것은 더 많이 밀어내기 위해, 애쓰는 삶이다. 이것을 취사간택심(取捨揀擇心)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내가 좋은 것은 더 많게 하고, 싫은 것은 없애기 위해, 바깥의 대상을 …
꿈과 깸의 비밀,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려면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당신의 진정한 근원
매일 밤마다 무수히 많은 다양한 꿈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어떤 꿈에서는 성공하고 또 다른 꿈에서는 실패하기도 한다. 어떤 꿈에서는 사랑하다가 이별을 하기도 한다. 어떤 꿈에서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른 꿈에서는 행복감에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꿈속에서는 이처럼 모든 것들이 오고 간다. 마치 현실과 같이.그러나 꿈속에서 악몽(惡夢)을 꾸든 선몽(善夢)을 꾸든, 꿈을 깨고 나면 거기에는 악몽도 없고, 선몽도 없다. 꿈속에서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
법정 스님이 본 꽃의 아름다움, 그리고 불교적 성찰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
불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꽃 한 송이를 바라본 특별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도반 스님이 가꾼 화단 앞에 서니, 그곳에는 양귀비가 활짝 피어 있었다. 스님은 꽃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깊이 매혹되었다고 한다.“그것은 경이였다. 그것은 하나의 발견이었다.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은 그때까지 정말 알지 못했다. 가까이 서기조차 조심스러운, 애처롭도록 연약한 꽃잎이며 안개가 서린 듯 몽롱한 잎새, 그리고 환상적인 그 …
도(掉)를 아십니까?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수행이라는 관찰을 기반으로 한 들뜸 혹은 불안정에 대한 불교적 가르침 ‘도를 아십니까’라고 불자들에게 물어본다면 도(道)는 알지언정 도(掉)는 거의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도(掉)는 산스크리트어 auddhatya의 번역어로서 좋아하는 대상을 쫓는 사람의 마음처럼 안정되지 못한 마음의 상태로, 욕심의 일부이며 고요함을 방해하는 마음 작용이다. 불교 경전 번역의 최고봉 중 한 분인 진제 삼장(499~569)은 이를 도(掉)라고 번역했고, 현장 삼장(602~664)은 도거(掉擧)라고 번역…
『수심결(修心訣)』 중에서
삼계(三界)의 뜨거운 번뇌가 마치 불타는 집과 같은데, 어찌하여 그대로 머물러 긴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인가. 윤회를 벗어나려면 부처를 찾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부처란 곧 이 마음인데 마음을 어찌 먼 데서 찾으려고 하는가. 마음은 이 몸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육신은 헛것이어서 생이 있고 멸이 있지만, 참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이 몸은 무너지고 흩어져 불로 돌아가고 바람으로 사라지지만, 한 물건은 항상 신령스러워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다고 한 것이다.애…
선(禪)공부, 마음공부의 자세
법상 스님목탁소리 지도법사
부처 뽑는 곳으로 가라단하천연(739~824) 선사는 석두희천의 제자이며, 출가 전 방거사와 친구 사이였다. 출가 전 방거사와 함께 과거 시험을 보려고 서울로 가던 중 한 스님이 물었다.“어디로 가는 중인가?”“과거를 보러 갑니다.”“공부가 아깝구나. 어째서 부처를 뽑는 곳에는 가지 않는가?”“부처를 어디서 뽑습니까?”“지금 마조 스님께서 생존하셔서 설법 중이신데, 도를 깨친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소. 그곳이 부처를 뽑는 곳이오.”이 말을 듣고 방거사와 단하는 마조도일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