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나면 후회하는데, 왜 또 먹게 될까?

밑줄 그으며 읽는 책『새로운 불교심리학』(1)



여섯 가지 영역을 통한 지혜로운 식사를 위한 길로서의 명상

이전에는 식이장애에 대한 개입으로서 명상이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았지만, 불안(Kabat-Zinn et al., 1992), 우울증(Teasdale et al., 2000), 중독(Marlatt & Kristeller, 2000; Gelderloos et al., 1991), 비만(Bauhofer, 1983) 등 식이장애의 특징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데 명상이 적용된 바 있다. 또한 마음챙김의 원리를 도입한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폭식장애 치료에 효과적임이 밝혀지기도 했다(Telch, Agras, & Linehan, 2001).

강박적 과식증과 폭식증의 유지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제들, 즉 긴장 완화를 위한 대체 수단, 개인적 역량 강화 및 지각된 통제감, 충동적 욕구 조절 능력의 향상, 습관적 행동 패턴의 탈조건화 등은 폭식장애(BED)의 강박적 측면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이는 불안과 불쾌감 증가, 왜곡되고 반응적인 사고, 그리고 음식 섭취와 관련된 정상적인 생리적 신호에 대한 아주 혼란스러운 인식과 사용 등 폭식장애가 지닌 특징을 포괄한다. 우리의 치료 프로그램은 여섯 가지 기능 영역 모두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포괄적인 목표는 내담자가 더 깊은 지혜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모리츠 키, 케네스 거겐, 후사코 코시카와 엮음 | 윤희조, 박재은 옮김 | 운주사 刊 | 2026년 8월

① 명상과 인지

명상은 기본적으로 인지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몸이든 마음이든 선택한 대상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옮겨 집중함으로써, 평상시의 조건화된 반응이나 정교한 인지 처리를 해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Bishop et al., 2004). 의식적인 마음은 습관적으로 생각과 그에 따른 반응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마음챙김이나 통찰명상에서 강조하는 ‘순수한 주의’의 역할은 명상 수행의 강력한 측면 중 하나가 된다. 인간의 마음은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구성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렇게 구성된 의미는 의식적 사고에 의해 보호된다. 불교심리학은 조건화된 욕망이 지각을 왜곡하는 정도를 예리하게 파악했다. 명상의 초기 효과 중 하나는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쉼 없이 뛰어다니는 소위 ‘원숭이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 마음은 고전 텍스트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비유 중 하나다(Bodhi, 2000).

특히 식이장애에서 발생하는 강박과 집착은 흔히 사고에 의해 강력하게 지배되며, 개인은 이를 자기의 본질적인 측면이라 여겨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고, 생각이 일반적으로 촉발하는 반응과 자신을 분리될 수 있으며, 거기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통제력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우울증 치료와 관련하여 티즈데일과 그의 동료들(Teasdale et al., 1999, 2000, 2002)은 마음챙김 명상이, 심리생물학적 불균형과 심각한 우울증 재발에 기여하는 ‘부정적 사고의 폭류’를 차단하는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 치료 프로그램에서는 식사와 관련된 두 가지 기법, 즉 먼저 건포도 명상으로, 그다음에는 좀 더 복잡한 식사 경험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한다. 이는 식사를 둘러싼 일련의 자동적 반응을 차단하는 동시에, 일반적인 호흡 명상에 대한 훈련과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우리는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이며, 주의력을 조절할 때 생각의 과정과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한다. 한 내담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그녀는 걷기 운동을 하러 정기적으로 지역의 실내 쇼핑몰을 이용했다. 쇼핑몰을 걸으면서 평소처럼 상점 유리문 안의 새로운 전시품들을 보았지만, 멈추거나 상점에 들르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개입적인 사고를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것을 쫓거나 그것에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불과 몇 주간의 연습만으로도 MB-EAT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과식의 유혹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던 패턴에 대한 알아차림이 높아졌으며, 떠오르는 모든 사고나 충동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리된 관찰자로서의 순간을 유지하는 능력이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고 보고한다.

② 명상과 신체 반응

음식과 섭식은 다른 중독과 달리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과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몸에는 입에서 내장 기관에 이르기까지 배고픔과 포만감을 감지하고, 식사를 시작하거나 끝내는 데 관여하는 수많은 자연적인 피드백 신호가 존재한다. 이러한 신호는 혈당 수준(한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음식에 더 많은 군침을 흘리게 된다), 지방 축적 수준(굶주린 사람들은 거의 항상 과식한다), 그리고 근육 세포와 지방 조직, 간으로부터 전달되는 호르몬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식사 체계는 매우 조건화되기 쉽고 탄력적이어서, 다른 생리적 체계(예를 들어 수면이나 수분 필요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과부하와 유연성을 허용한다. 우리 대부분은 평소 배고픔과 포만감의 신호를 자주 무시하거나 외면하지만,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를 겪는 이들은 특히 이러한 생리적 피드백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Hetherington & Rolls, 1988; Hadigan et al., 1992).

명상은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에 매우 적합한 도구이다. 흡연, 마약, 알코올처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 다른 강박적 행동들과 달리, 식이장애는 완전히 끊을 수 없기에 절제와 유연성을 길러야만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몸과 마음을 다시 연결하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과정에 대한 자각을 높이는 데 특히 유용하다. 바이오피드백이 적절한 생리 신호에 대한 자각을 높이는 것만으로 생리 기능을 재조절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처럼, 명상 역시 자기 조절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Schwartz, 1975, 1979). 실제로 명상은 심박수와 같은 기초 자율신경계를 제어하는 데 효과적이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Cuthbert, 1981), 불안 반응에 수반되는 과민 반응(투쟁 또는 도피 반응)을 해소하여 혈압을 낮추고 이완감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enson, 1975; Schneider et al., 1995). MB-EAT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정서적 경험에 매몰되었던 과거와 달리, 배고픔을 알리는 신체적 경험에 민감해지고 음식의 맛과 포만감에서 적당한 수준의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종종 놀라움을 표현하곤 한다.

③ 명상과 정서

마하리쉬 마헤쉬 요기(Maharishi Mahesh Yogi, 1966)의 초월명상(TM)이 소개된 이후, 벤슨(Benson, 1975)이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 명명하며 대중화된 명상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에서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문헌 비평(DelMonte, 1987)과 메타 분석(Eppley et al., 1989)은 일반인들의 상태 불안 및 특성 불안 감소에 명상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카밧진과 동료들의 연구(Kabat-Zinn et al., 1992)는 8주간의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이 불안장애 환자의 불안, 공황 증상, 불쾌감을 현저히 낮추는 데 효과적임을 처음으로 확인했으며, 그 효과는 3년 후 추적 조사에도 지속되었다(Miller et al., 1995). 최근 티즈데일 등(Teasdale et al., 2000, 2003)의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도 마음챙김 명상이 만성 우울증 환자의 재발률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장애의 경우, 명상은 식사의 정서적 가치를 재조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체중조절과 관련된 기존의 많은 접근 방식과는 달리, 우리는 중도(middle way)를 지향한다. 이는 감정적 필요에 따라 먹는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모든 문화권에서 음식은 정서적 욕구와 영양 이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Rozin et al., 1999; Kristeller & Rodin, 1989).

음식은 축하를 위해서도, 위로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단맛과 고지방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은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기반을 두고 있으며, 유아기 및 어린 시절의 수유와 양육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반복된 노출과 문화적 패턴에 의해 더욱 확고해진다. 체중과 다이어트에 강박이 커지면서 음식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사랑과 증오’의 양면성을 띠게 되며, 음식 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충동을 상징하기도 한다.

붓다는 과식을 다른 감각적 욕망과 연결하여 설명한 바 있다(Majjhima Nikāya XVI 11). 정서적 갈등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부적절한 식사 규정(예를 들어 유행 다이어트)에 몰두하거나, 만족의 원천으로서 음식이 갖는 실제적인 필요와는 무관한 극단적인 제한을 가하는 데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식이요법과 영양 프로그램은 감정과 결부된 식사 관리 방식에 대한 지침을 거의 또는 전혀 제공하지 않지만, 마음챙김 명상은 진자의 추를 다시 균형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음식과 정서의 결합은 강력하게 조건화되어 있다. 명상은 외부에서 강요된 새로운 규칙을 따르게 하기보다,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조건화 상태에서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벗어나게 해준다. 따라서 명상은 단순한 이완과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우리의 정서적 삶 자체와 식사간의 정서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치료가 끝날 무렵, MB-EAT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우울과 불안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에서 더 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더 현명한 마음이 해롭거나 과도하다고 인식하는 탐닉에 더 잘 저항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고한다. 특히 그들은 음식을 원하는 감정과 음식을 좋아하는 선호도를 분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실제로 서로 다른 신경생리학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Berridge, 2004). 이러한 분리는 애착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먹는 순간의 실제적인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편에서 계속)

 

신진욱|동국대학교 법학과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MSC Trained Teacher, 대한불교조계종 선명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드디어 시작하는 명상입문』이 있고,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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