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대표 상품, 템플스테이



K-문화 상품으로서의
템플스테이

정란수
템플스테이 전문위원,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대표 상품,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2002년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지난 2022년 20주년을 맞이해 이를 기념하고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다시금 새롭게 시작되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템플스테이는 20년간 우리들의 곁에서 이미 오랫동안 익숙해졌다. 특히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 문화 상품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템플스테이 이전에도 유사한 형태의 사찰 내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존재했으나, 본격적으로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을 공식 사용하고,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템플스테이를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에는 바로 그 이유가 있다. 외래 관광객의 엄청난 방문이 예상되는 한일 월드컵이라는 국가적인 메가 이벤트가 개최되는 시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대표 상품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국의 전통이라고 할 만한 여러 대표적 관광 상품이 있었음에도 템플스테이를 한국의 전통문화로 선보이기 위해 지원했던 것은, 스님들이 기거하고 수행하는 모습, 그리고 오랜 기간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불교를 믿고, 절을 찾아 함께 기원하고 수행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한국의 전통문화로 보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로서 템플스테이는 성장해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주춤하기는 했지만, 2019년 외래 관광객은 역대 가장 많은 방한 기록을 세웠다. 한 해 1,75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그저 가까워서라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쇼핑하기 좋으니까 방문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이유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한국이 좋아서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영화나 드라마, K-팝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고, 여기에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을 통해 K-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보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인지도, 선호도 모두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을 보게 된다. 코로나19 시기에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도한놀이(渡韓ごっこ)가 인기 있었다. 도한놀이는 일본 젊은 세대가 한국풍 숙소에 머무르며 한글이 적힌 한국 치킨이나 컵라면, 쥬스 등을 먹고 마치 한국에 여행 온 것 같은 콘셉트로 노는 사진을 찍어 SNS에서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놀이를 즐기는 것 역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 문화를 선호하고, 또 한국을 여행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로컬문화가 곧 훌륭한 문화상품
코로나19 이후 관광이 다시 재개되고 있는 지금, 그렇다면 다시 몰려오는 외래 관광객은 어떠한 여행을 선호할 것인가. 기존의 유명 관광지인 명동이나 남대문에 많이 몰리겠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핫한 지역인 성수동이나 익선동 같은 지역에도 관광객들이 꽤 많이 방문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지, 그리고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볼 수 있는 관광지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여행의 일상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여행이나 관광의 경계가 현지인의 삶과 분리되지 않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형성된 로컬 문화가 곧 훌륭한 문화 상품과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템플스테이는 다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외국인들에게도 템플스테이가 친숙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일상 속의 삶을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의 증가는 과거 한일 월드컵 당시 스님들의 수행과 기거의 삶이 문화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템플스테이의 시작과 맥을 같이하면서 훨씬 더 현재의 여행 패턴과도 부합하게 된다. 세계인이 함께할 K-문화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템플스테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불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만이 아니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 건축 공간의 조화, 건강한 음식으로 각광받는 사찰음식과 함께 심신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명상과 108배, 깨우침을 얻는 새벽 예불과 울력, 스님과의 차담까지. 그야말로 문화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문화관광 상품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으니 어찌 세계인들에게 추천하지 않겠는가.

K-문화 상품이라는 자부심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의 일화이다. 외래 관광객이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을 방문했는데, 이분은 한국을 방문해 멋진 올림픽 경기와 한류 문화 등을 경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에 앞서 무엇보다 불편했던 점은 글루텐 프리, 비건 음식을 파는 데가 없어 먹을 음식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강릉에서는 생선회가 유명하고, 평창에 가면 한우가 유명하다 하니 상당히 곤란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월정사를 방문해 사찰음식을 먹었던 그 한 끼가 가장 기억에 남았으며, 방문한 김에 참가한 템플스테이가 한국을 상징하는 인상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템플스테이는 세계인들에게 통할 수 있는 K-문화 상품인 것이다.

그럼에도 K-문화 상품으로서의 템플스테이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할 점들도 있다. 우선 외래 관광객이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접근성이 보다 편리해져야 하며 사찰별 프로그램 특성이나 편의 시설 차이도 바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숙박 예약 사이트의 경우 필터링을 통해 예약자가 원하는 숙박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K-문화 상품으로서 발전하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인력 양성과 함께 전문 프로그램 특화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세계인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요구도 다양하다. 알레르기 유무나 금기, 행동 패턴이나, 습관 등을 꼼꼼하게 파악해 이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접목하는 세심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일 월드컵이 시작된 시기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체험을 표방했던 템플스테이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K-문화 상품으로 인식되길 희망해본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대안관광 컨설팅 프로젝트 수 대표 및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템플스테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관광발전협의회 위원, 역사도시 서울 위원회 위원, 한국관광협회 중앙회 전문위원 등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개념여행』, 『여행자의 눈으로 본 관광개발』, 『문화관광론』(공저), 『2022 한류백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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