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불필요한 고통을 떨쳐버리는 수행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마음의 기능을 나눈 다섯 가지 묶음
오온이란 무엇인가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우리의 경험에 관한 다섯 가지 요소
본래 오온(五蘊)은 다섯 가지 묶음(다발)이라는 뜻이다. 색·수·상·행·식, 이렇게 마음의 기능을 다섯 가지 그룹으로 나눈 것을 오온이라고 부른다. 오온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반드시 같지는 않지만, 공통적인 것을 말하자면, 오온은 우리의 경험에 관한 다섯 가지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이름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말로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은 이 다섯 가지 중의 하나에 속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의 기본적인 뜻은 다음과 같다.

색(色)은 물질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우리의 몸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몸이 거주하는 환경도 물질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색은 우리의 몸과 환경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다. 수(受)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는 현대적인 개념은 없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어떤 경험을 할 때 일어나는 좋은 느낌 또는 싫은 느낌 또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느낌, 세 가지를 의미한다. 이 세 가지 느낌은 몸의 느낌일 수도 있고 마음의 감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는 감각적 느낌과 감정 및 정서 모두를 뜻한다. 상(想)은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인식할 때의 마음이다. 간단히 말해 뭔가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통해 느낄 때 그 대상을 알아봄을 상이라고 한다. 오감을 통해 일어난 감각적인 이미지를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상 또는 표상이다.

행(行)은 의도가 있는 마음이다. 의지, 동기, 욕심, 욕구 등은 모두 행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보았을 때, 그 물건에 대한 개념 작용이나 표상 작용과 구별되는 의지나 욕구를 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이해하고 궁리하고 결정하는 마음을 식(識)이라고 한다.

이 다섯 가지 묶음은 우리의 경험을 만든다. 겪은 경험이 무엇이든지 간에 오온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은 없다. 오온을 처음 배운다면, 이렇게 단순한 분류를 통해 이해되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이해하고자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경험을 오온으로 구분해보려고 하면, 점차 이 가르침이 모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일어난 마음이 행에 속하는지 수에 속하는지 식에 속하는지 분명하게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관찰을 계속 연습하길 바란다.

오온으로 하는 마음공부
불교에서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고 알아차리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오온을 개념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실천적인 방법으로 공부한다. 지금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 수, 상, 행, 식 중에 무엇에 해당하는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오온으로 하는 마음공부가 될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공부한다면,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우리들의 경험은 직접적이고 순간적이다. 인생은 그러한 경험의 연속이다. 그런데 그러한 직접적인 경험에 우리는 자꾸 생각을 덧입혀서 본다. 생각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의도와 욕망을 반영한다. (이것을 정신적 투사라고 한다.)

“지금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것이 오온 중에서 어느 것이지?”라는 질문과 함께 마음을 살펴보는 명상을 꾸준히 한다면, ‘직접적이고 순간적인 경험, 즉 실제로 일어나는 경험’과 ‘그것에 생각과 감정을 덧입히는 정신적 가공물’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대개는 순간순간의 직접적인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경험에다가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생각과 의도를 덧입힌다는 말이다. 이렇게 경험을 보면, 대부분의 경험은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그날을 돌이켜보며 고통스러운 날이었다고 푸념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고통으로 가득 찬 하루였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특별히 나쁜 일이 많았던 날이 아니라 다만 바쁘고 피곤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경험에 기반한 판단과 감정을 불러일으켜 오늘 하루 실제로 일어난 일들과 혼동한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괴로웠던 날’로 이름 붙이고 더욱 고통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많이 배운 사람도, 생각이 깊은 사람도 이러한 어리석음에 쉽게 빠진다.

명상은 어리석은 투사를 떨쳐버리는 수행
붓다는 오온을 가르치면서, 우리에게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투사하기를 멈추고 경험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불필요한 고통을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자신의 오온을 바라보는 명상, 이것은 달리 말해 생각을 놓아버리는 방법이다. 생각뿐만이 아니다. 감정을 놓아버리고, 욕망을 놓아버리고, 심지어 감각기관을 통해 덧입히는 잘못된 이미지마저 내려놓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사념처 수행 - 사념처(四念處)는 불교의 37도품 수행법 중 한 그룹으로, 몸·느낌·마음·법을 관찰하는 네 가지 알아차림(sati, 사띠) 수행 또는 명상법을 말한다. 초기 불전에도 이미 드러나고 있는 수행법이다 - 을 통해 감정을 내려놓고 살펴보기, 생각에 거리를 두고 살펴보기, 의도를 살펴보고 내려놓기 등의 명상 수행을 가르친다.

이러한 연습을 계속함으로써 우리는 생각의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포착하기 시작할 수 있다. 특정의 대상에 막연히 싫어하는 감정이 일어나서 자동으로 거부하는 습관을 알아차리고, 자동 반응을 멈추고 마음챙김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습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훨씬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얼마나 많은 인간관계가 생각과 감정이 덧입혀진 경험으로, 즉 정신적 투사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인해 망가지는지 모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실제로 일어난 것으로 착각해 속이 상하고, 다툼이 일어난다.

명상은 이러한 어리석은 투사를 떨쳐버리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며, 오온의 가르침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 여러분의 경험은 색, 수, 상, 행, 식 중에서 어느 것에 해당할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아, 내가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구나! 아, 내가 느낌을 즐기고 있고, 싫은 느낌을 거부하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정신적인 덧입힘(투사)의 힘이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통해 더 풍부하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

문진건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심리대 철학 및 종교연구소에서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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