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자연을 살리는 채식
신우섭
오뚝이의원 원장, ‘현미와 소금 식이연구소’ 소장
우리는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급기야 끼니마다 동물성 반찬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청장년들에게는 근육 형성을 위해, 노인들에게는 영양 부족을 방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동물성 식사를 권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원인은 현대 영양학 정보 때문일 것이다. 식사 때마다 영양과 칼로리를 계산해서 먹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다 보니, 동물성이 없으면 그 영양 구성을 채우기 힘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같은 곳에서 하는 단체 급식에는 동물성 메뉴를 꼭 넣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사는 과도해지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지방 성분이 많아지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동맥경화를 촉진해 혈관의 노화가 빨라지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혈관이 굳고 막히게 되어 여러 장기에 경색증이 생긴다. 그러면 당연히 혈압도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혈액순환이 안 되면, 우리 몸은 건강한 세포를 만들 수 없게 된다. 또 과도한 동물성 식사는 소화할 때 분해되면서 노폐물을 만들어 몸에 염증을 일으킨다. 기존에 염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증세가 더 심해지게 된다. 실제로 환자 중에도 동물성 식사 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급기야는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 탁해진 혈액을 해독해야 하는 간과 신장이 손상되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내가 먹은 음식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먹는 한끼 한 끼를 소중하고 건강한 것으로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의 각 장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이, 인간과 동물들도 큰 순환의 사슬 안에 함께 있다.
우리는 한 번쯤이라도 시장에서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고기가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들은 자연계에서 풀을 먹고 성장하게 되어 있다. 인간과 달리 식이섬유를 소화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인간에 의해 길러지는 소들은 빨리 키워서 상품화하기 위해 풀이 아닌 옥수수와 같은 곡물 사료를 먹인다. 풀을 먹게 되면 성장이 느리고 상품화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동물의 특성과 맞지 않는 사료를 먹으면 빨리 병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약품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병들기 전에 상품화하는 축산업은 이제 공장식으로 변질되었다.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자란 동물이 건강할 리 없다. 이런 상태의 고기나 우유, 계란을 우리는 너무 많이, 자주 먹고 있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조리 과정과 첨가물도 복잡해져서, 건강을 위해 먹는 고기가 과연 그 역할을 할지 회의가 든다. 이른 나이에 심각한 질병이 생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지나친 동물성 식사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대인들이 이러한 동물성 식사를 일상으로 하면 건강의 문제를 떠나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로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동물성 식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없어지는 산림, 농장에서 버려지는 분뇨로 인한 오염 및 악취 등으로 인간의 생활 환경이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시대에 완전한 채식을 하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몸에 문제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다면 식단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사회 활동을 하면서 먹게 되는 음식은 될 수 있으면 기준을 세우고 골라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무심코 사게 되는 식재료들도 꼼꼼히 성분과 함량을 따져보아야 한다. 집에서 하는 요리만이라도 이러한 원칙을 따르다 보면 점차 몸이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우섭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오뚝이의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현미와 소금 식이연구소’ 소장이자 채식하는 의료인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의사의 반란』, 『올바른 밥상 레시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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